검을 사용하는 것은 고대로부터 가장 영예로운 결투 방식의 하나로 받아들여져 왔다. 프란델 극동 지방에서 검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검사들은 주로 브룬넨슈티그 근처에서 검술을 익혀 왔다. 브룬넨슈티그는 오래전부터 명예를 중시하는 기사들이 왕가를 중심으로 충성을 맹세해 오던 곳이어서 기사도가 충만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보통 검을 사용하는 검사들은 한 손 검과 방패를 들고 싸우거나 방패는 포기하고 양손으로 큰 검을 잡고 싸우는 스타일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예전 브룬넨슈티그의 기사들은 방패를 드는 스타일의 방법을 선호했고 이들은 견습기사의 과정을 거쳐 기사, 성기사로 성장을 해 나가곤 했다. 반면 브룬넨슈티그 변경이라고 할 수 있는 아우구스타 반도 근처의 검사들은 양손 검을 주로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은 전사, 검투사, 용사 등의 성장 과정을 거친다.

물론 숙달된 기사나 전사들은 양손 검과 한 손 검, 방패를 병행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전투 스타일을 가진 기사, 전사들은 드물긴 하지만 방어를 중요시 해야 할 때와 공격을 중요시 해야 할 때 모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특화된 임무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들 기사, 전사 들은 붉은보석의 탐색에는 큰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이들은 붉은보석 탐색과 더불어 이 세상에 출현한 괴물과 악마들, 그 중에서도 붉은 악마라고 알려진 악마들의 퇴치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일설에 의하면 붉은 악마가 붉은보석을 지니고 다닌다는 소문 때문에 그렇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들 기사, 전사들이 악을 쳐부수고 정의와 선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일도 불사하는 정의의 검사들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프란델 대륙의 중부 지방에서 살던 전투 부족 여전사. 이들은 바로 에립트 제국에 고용되어 붉은보석 탐색을 벌였던 용병의 후예들이다. 활과 창에 능하며 마법 능력도 가지고 있어 활촉과 창끝에 마법의 힘을 실어 적을 공격하기도 한다. 이들이 사용하는 마법은 고돔 공화국의 일반적인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마법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6대 원소의 힘을 빌린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이들은 험한 중부 지역에서 수렵 등으로 다져진 실전 위주의 마법이기 때문에 체계적이지는 못하지만 매우 실용적인 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생존에 필요한 반사 신경이 발달되어 있어서 위험한 상황에 직면해도 용케 빠져 나오는 능력이 놀랄만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용병들은 활을 이용한 공격에 능숙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것은 개인 취향일 뿐이고 활은 전혀 쓰지 않고 창만을 이용하는 마법창병 들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또한 활과 창을 병행해서 익힌 사람들도 있어 기동성 있는 행동을 보여 주기도 한다. 이들의 선조들은 대부분 악마들에 의해 유린당했기 때문에 뼛속 깊은 곳에서부터 악마라는 존재 자체를 증오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몸속에 악마의 피가 흐른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으며 그것이 이들의 증오심을 키우는 원천이 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에립트 제국이 멸망한 후 많은 이들이 대륙의 각지고 용병 여행을 떠났으며 상당수가 극동 지방인 고돔 공화국 주변까지 흘러들었다. 붉은보석 탐색에 있어서는 원류라고 할 수 있는 고돔 공화국에서 이들 용병들은 환영 받기도 하고 적대시 되기도 하는 존재들이다.

붉은보석과 대륙을 유린한 악마들에 대해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와 경험은 상당한 것이기 때문에 붉은보석을 찾는 모험가들에게는 용병으로서 항상 환영받지만 일반인들이 볼 때는 곤히 잠자는 악마들을 들쑤셔 깨워놓는 전장의 까마귀 같은 존재로 항상 배척받아온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많은 마법궁수나 마법창병들은 홀로 붉은보석과 붉은 악마의 탐색을 계속해 왔으며 이러한 사실은 이들이 지닌 고독한 용병의 이미지를 더욱 강렬하게 만들어 왔다.

프란델 대륙의 극동 지방에는 마법 중에서도 4대 원소인 불, 물, 바람, 대지의 정령을 이용한 마법이 발달해 있다. 프란델 극동의 마법사들 중에서 가장 특이할 만한 사람들은 바로 옛 마법도시 스머그 근처에 자신의 근거지를 두고 있는 마법사들이다. 이들의 마법 능력은 브룬넨슈티그의 옛 궁중 마법사들이나 브리지헤드의 상급 마법사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당히 전문적이고 학문적인 마법을 구사하는 편이다.

스머그의 마법사들은 뛰어난 마법 능력 외에 다른 기술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늑대인간으로 변신하는 능력인데 이것은 이들의 태생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스머그에서 태어난 마법사들만이 늑대인간으로 변신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이것은 근처에 있는 스웹 타워과 아라크 호수에서 나오는 마력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탑과 호수에서 발생하는 강한 마력의 장 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마법사들은 체질이 바뀌어 자신이 원하는 때에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마법사일 때의 체력적인 불리함을 늑대인간으로 변함으로써 극복하곤 한다. 늑대인간으로 바뀌면 체력이나 정신적인 특성이 모두 바뀌어 강한 전사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마법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유연함을 보이는 것 또한 이들의 강점이다.

물론 스머그의 마법사 모두가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순수한 마법사의 힘만을 추구하는 이들도 있고 어떤 이들은 단지 위기 탈출을 위해서만 늑대인간의 능력을 쓰기도 한다. 반대로 보다 강력한 늑대인간이 되기 위해 마법사로서의 마법 능력은 초보적인 수준까지만 익히고 늑대인간의 전투 능력을 개발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 마법사들은 무엇보다도 학구적인 욕심 때문에 붉은보석을 찾아 다니는 것이라고 한다. 붉은보석 안에서 잠자고 있는 힘이 무엇인가. 붉은보석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캐기 위해서 마법사들은 오래전부터 사방을 캐고 다녔었다. 백여 년 전 레드 아이의 마지막 회장을 맡았던 아이너 가스필 역시 스머그 출신의 마법사로 알려져 있다.

500여 년 전 악마들의 붉은보석 강탈 사건 당시 그 책임을 지고 천상에서 추방된 천사들이다. 이 사건은 천상계뿐만 아니라 지상계와 지하계를 통틀어서도 엄청나게 크고 중요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대규모 추방이 이루어졌지만 단순한 추방으로는 피해를 복구할 수 없었기에 중요한 임무가 천사들에게 내려지게 되었다. 이들은 지상에 내려와 붉은보석의 탐색과 회수를 명령받았으며 또한 지상의 성당에서 사제 봉사를 할 것 또한 명 받은 것이다. 천사의 모습, 그것도 한 쪽 날개가 부러진 모습으로 지상을 활보할 순 없었기에 이들이 천사로 모습을 바꿔 천사의 능력을 쓸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 한정하여 허락받은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보통 천상계에서 추방 당한 천사들은 양쪽 날개가 부러져 천사로서의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마는 것에 비해 이들은 오른쪽 날개 중에서도 그 반 만이 부러진 덕에 작게나마 천사의

능력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그런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야만 하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추방된 지 50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천사로서 강력한 능력을 쓰는 법을 완전히 잊은 채 자신의 기억까지 지우고 단순히 사제로서 살아가는 이들도 있고 천사로서 자신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들도 있다. 사제로서 이들은 원 출신이 천사인지라 강인한 정신력과 더불어 체력까지 겸비하고 있어 접근전에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 특히 언데드나 악마들을 상대할 때는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사제들의 계율에 따라 날이 없는 곤봉계통의 무기만 사용하며 방패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들이 사제 봉사와 함께 은밀히 벌인 붉은보석 탐색 작업은 상당한 성과를 올렸으며 이들이 알아낸 정보들은 많이 이들에게 전파되어 더욱 심도 있는 탐색을 가능하게 했다고 한다.

프란델 대륙에는 인간이나 동물 외에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몇 종류 있다. 그 중 사악한 성향을 가진 언데드나 악마들을 제외하고 가장 중립적이고, 역설적인 의미에서 자연적인 존재들이 신수라고 불리는 종이다.

신수들은 신성을 가진 동물들을 통칭하는 말로 통상은 불, 물, 바람, 대지의 원소 중 하나, 또는 둘 이상의 속성을 몸 안에 내포하고 그 원소들을 관장하는, 이른바 실체를 가진 정령으로 존재하는 것들이다. 개중에는 네 원소 이외에 빛과 어둠의 원소를 가진 신수도 있으며 이들은 조금 특별한 종으로 신성시되거나 배척시되곤 한다.

소환사는 이들 신수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소환사들은 종종 마법사들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마법사가 네 종류의 원소를 직접 다뤄서 그 힘을 특별한 형태로 구현해 내는 사람들이라면 소환사들은 네 종류 원소의 속성을 가진 신수들과 교감하여 네 원소의 힘을 발현한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신수를 통한 마법의 힘은 통상 자신이 교감하고 있는 신수의 능력을 넘기 힘든 반면 마법사들은 이론적으로는 거의 무제한인 네 원소의 힘을 직접 다루기 때문에 마법사는 자기 수련이, 소환사는 신수와의 교감이 능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물론 소환사들도 수련을 통해 능력을 향상하면 좀 더 강하고 다양한 신수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조련사들은 신수들과 교감하는 대신 자연계의 동물, 생물체들과 교감하는 것에 더 능통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동물과 생물체들을 사랑하고 이들을 이해하며 이들을 포용하는 지혜를 연마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 덕분에 조련사들은 적대적인 생물체들을 길들여 아군으로 삼을 수도 있고 이들을 격려하여 자신의 수족처럼 다룰 수도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보통 조련사와 소환사의 능력은 통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두 가지 능력을 다 수련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의외로 한 가지 길만을 택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아우구스타 반도 남부 중앙에 있는 텐드팬드 평야의 집시 족들 중에 뛰어난 소환사가 많다고 하며 고돔 공화국의 남부 트럼 숲에는 많은 조련사들이 마을을 이뤄서 살고 있다고 한다.

도둑을 일반적인 직업으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는 사실 오래전부터 논란거리였다.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강탈하는 것을 정당한 직업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프란델 극동 지방에서도 아우구스타 반도 남단에 위치한 항구도시 브리지헤드에서는 도둑이라는 직업이 보편화되어 있는 편이다.

이곳의 도둑은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보다는 정보를 염탐하거나 은밀한 행동을 위해 고용되는, 이른바 탐정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이들은 함정이나 자물쇠를 발견하고 해체하는 기술을 몸에 익히고 있으며 좀 더 숙련된 도둑들은 마법적으로 숨겨진 사물, 생물을 감지하기도 하고 자신이 직접 고안한 각종 함정을 설치하여 적들의 추격을 뿌리치기도 한다.

이들은 모험가 집단에서는 이른바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며 적의 공격 이외의 전문적인 일을 하여

모험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주요한 역할이지만 그렇다고 최소한 자신의 몸을 지키는 기술조차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단도나 작은 다트, 표창 등을 날려 적을 공격하기도 하며 적에게 은밀히 다가가 공격하는 암살을 전문으로 하는 도둑들도 있다.

일부 도둑들은 자신의 체력적인 약점을 보충하고 속도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맨손 격투를 배우기도 한다. 맨손 격투가로 진로를 정한 이들은 빠른 속도와 맨손 격투 특유의 급소 가격법으로 일대일 격투에서는 큰 능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물론 처음부터 도둑 기술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이 무도에만 정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후에 성장하면 화려한 연속 공격으로 적을 제압하는 전투의 달인이 되기도 한다.

도둑들은 주로 항구도시 브리지헤드나 또 다른 항구도시 슈트라세라트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무도가들은 아우구스타 반도 남부의 작은 마을들에서 수련을 한다.

아마 도둑들은 붉은보석의 전설이 세상에 등장한 때부터 인간 중에서는 붉은보석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 부류였을 것이다. 이들은 붉은보석의 전설이 아직 전설에 불과하고 존재 자체도 불명확한 때부터 그 이름에 끌려 이 물건을 찾아다녔으며 붉은보석에 관해서는 가장 큰 정보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집단이다.

아니, 이 많은 공주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일설에 의하면 나크리에마의 바람둥이 국왕인 타트크라프트 카이저 스트라우스 왕이 총각 시절 때 한창 뿌리고 다닌 씨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좀 신빙성이 없는 과장인 것 같다. 분명 타트크라프트 국왕이 문란하긴 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공주를 둘 수 있을 만큼 정력적이진 않을 것이다.

그보다 이 공주들은 변신 능력을 지닌 다른 세계의 존재,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별에서 온 존재들 같다. 공주들은 슬링을 주무기로 하여 적을 공격하며 작은 체구로 적의 혼을 빼놓는 이상한 행동을 주특기로 삼는다. 공주라는 지칭은 이들의 특이하고 화려한 복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슬링을 이용한 원거리 공격이 이들의 특징이기는 하지만 아이템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이들의 특기이다. 특히 물약이나 회복약 등을 슬링에 담아 아군에게 던지는 기술은 고가의 약제를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요긴한 기술이다.

공주들이 다른 별에서 온 존재라는 추측은 이들이 가진 변신 능력에서 비롯되었다. 대부분의 공주들은 변신하는 능력이 있는데 변신 후의 모습은 놀랍게도 성장한 처녀의 모습이다. 변신 전에는 작은 소녀의 모습이지만 변신한 후의 짧은 시간 동안은 다 자란 여인의 모습이 되는 것이다. 변신 후의 공주들은 빛, 음향과 관계된 특이한 마법을 사용한다. 이들의 얘기에 의하면 이 마법들은 별들의 힘을 빌려서 행하는 스타 매직과 마법이 담긴 노래의 힘으로 사람들을 북돋아 주는 매직 송이라고 한다.

공주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부분은 신생 왕국 나크리에마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붉은보석 탐사도 비교적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다.

공주들이 출현한 때가 정확히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붉은보석의 루머가 돌기 이전에는 이들에 관한 얘기가 어느 곳에서 기록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는 천상계에서 내려온 천사들의 현신이라는 말도 있고 정말 다른 별에서 붉은보석의 소식을 듣고 온 이방인이라는 말도 있지만 확실한 것은 이들이 프란델 대륙의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조금 이상하긴 해도 의심할 바 없는 인간이라는 점일 것이다.

이들은 강신술사의 탈을 쓴 악마들로 지하계에서 붉은보석의 소식을 듣고 올라온 자들이다. 인간 세상에서의 생활을 위해서 악마들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인간들과 동화되어 살 것인가 아니면 인간들과 적대시하면서 싸우면서 살 것인가. 이 강신술사들은 둘 중에서 전자를 택했다.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악마의 특성을 살리는데 강신술사만큼 편한 모습은 없었다. 대부분 시체나 인간 등을 현혹하여 조종하거나 적을 저주하는 것 일색인 강신술사들의 기술은 악마들에게 딱 맞았던 것이다.

강신술사의 모습을 한 악마들은 붉은보석이 지상계로 내려오던 날부터 그 수가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붉은보석을 훔친 붉은 악마들이 강한 힘을 키워 지하계를 제패할 것을 두려워한 다른 악마들이 붉은 악마들을 찾고 붉은보석을 빼앗기 위해 지상계로 숨어든 것이다.

하지만 서로 협력하지 않는 악마들이 넓은 지상계를 뒤져서 꼭꼭 숨어있는 붉은보석 탈취자들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강신술사 겸 악마들은 지금까지 조무래기 붉은 악마들 몇 마리만 잡는 것이 만족해야 했다고 한다.

이들 악마들은 보통 때는 자신의 본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게다가 이들 중 일부는 악마가 지녀야 할 자질을 완전히 상실하고 온전히 강신술사로만 행동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어서 이들의 본 모습을 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일단 악마로 변하면 불의 채찍을 휘두르며 지옥의 마술을 부리는 모습이 공포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한다.

많은 악마들은 나크리에마 서쪽의 바헬 대하 건너편에 있는 나라다 평야를 근거지로 삼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무래도 황량한 그곳의 풍경이 지하계와 닮았고 인간이 별로 살고 있지 않은 곳이라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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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이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여인 부족 출신인 이들은 거대한 낫을 사용하는 전사이자 영혼을 촉매로 신비한 힘을 사용하는 마법사로 붉은 하늘의 날 당시 지상으로 떨어진 붉은보석을 찾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거병에 속하는 낫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상대방을 무력화시키는 영혼술도 사용할 수 있어 근접 전투와 마법 양쪽 모두 능통하다. 이런 면에서 종종 마법 창병들과 비교되기도 하지만 변칙적인 공격이 가능한 낫이라는 무기와 보통의 마법과는 궤를 달리하는 영혼술은 쉽게 접할 수 없는 힘이다 보니 상대하기에는 훨씬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사용하는 영혼술은 일반적인 마법과는 달라 미리 대비하고 있다 하더라고 막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당하는 처지에서는 매우 까다롭지만 상황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발휘하는 영혼술은 이들이 아군일 경우에는 든든함을 안겨줄 것이다.

더군다나 보잘것없는 농기구에서 온전한 실전 무기로 자리매김한 낫을 이용한 전투술은 어지간한 전사의 기술과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이니 맞상대했던 모험가들은 이들을 전장의 사신이라 부르며 두려워하고 있다.

하지만 영술사로서의 모습만이 이들이 가진 매력의 전부는 아니다. 여인 부족 출신 대대로 전해 내려온 특수한 화장 기술을 사용해 변신했을 때야말로 이들의 진정한 매력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메이크업이라고 부르는 이 화장 기술은 다른 모험가들의 변신 능력과는 확연히 다르다. 외형이 아예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있겠지만 메이크업을 통한 변신은 성격의 변화도 함께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 탓에 이들은 냉정하고 계산적이었던 이전과는 달리 거칠고 치열한 전투 스타일을 추구하게 된다.

그렇게 변신에 성공한 이들은 좀 더 강력한 공격을 위해 낫과 영혼술을 잠시 접어 두고 암 웨폰과 투기를 선택한다. 유래를 알 수 없는 무기인 암 웨폰은 베고, 찌르고, 때리는 다양한 근접 공격에 유용하고 의지의 힘인 투기는 원거리 공격에 특화되어 이들을 말 그대로 싸우는 자로 만들어 준다. 화려하고 파괴적인 공격 능력을 선보이는 이들은 투사라고 불리며 때때로 무도가와 비교되기도 하지만 누가 더 강한지에 대한 논쟁은 실제로 겨뤄보지 않는 이상 끊임없이 벌어질 것이다.

이제는 고돔 공화국의 주변까지 활동 영역을 넓힌 이들은 본래 폐쇄적인 사회를 유지하던 여인 부족 출신답게 언제나 홀로 붉은보석의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이야기가 모험가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이유는 여느 귀족 집안의 영애 뺨치는 미모 덕분이라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남성에 대해서는 혐오에 가까운 성향을 지니고 있으므로 외모만 보고 가볍게 접근했다간 본전도 찾지 못할 것이다.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함께 해왔던 마법은 대체로 불과 물, 바람과 대지의 속성에 편향되어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외의 속성을 다루는 법은 크게 알려진 바도, 연구한 이도 없었기 때문이다. 근래에 와서야 사제나 강신술사 같은 부류들이 빛이나 어둠 같은 새로운 방식의 기술들을 선보이긴 했지만 사실 마법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광학사라 불리는 이들의 등장은 네 가지 속성 안에 정체되어 있던 마법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들의 속성에 대한 접근 방식은 기존의 마법사들에겐 작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들은 빛을 단순한 자연 현상에 국한하지 않고 어떤 법칙과 원리에 구애받는 물질로 규명해 학문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습득한 지식이 자연스럽게 마법 발현에 녹아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광학사들이 사용하는 빛 속성의 마법들은 종류가 다양하진 않지만 제각각 굴절과 반사, 분산 등의 빛의 성질을 고스란히 가져가며 파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빛을 연구한다고 해서 모두가 다 빛 속성의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또 아니다. 이들 중 일부는 빛이 가진 에너지를 집약시켜 유형화된 물체인 비트를 즐겨 사용하기도 한다. 조그맣지만 강력한 물리력을 행사하는 이 비트는 일종의 광학 폭탄으로 광학사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다가 결정적인 상황에서 폭발해 상대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매우 유용한 무기로 사용된다.

때때로 이들은 위기의 상황이 닥치면 수인으로 변신한다. 비록 불완전한 변신에 불과해 유니콘의 몇몇 특성밖에 가지지 못했음에도, 인간을 상회하는 근력과 민첩성을 토대로 두 자루의 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위기를 극복해 낸다.

수인은 쌍검 외에도 빛 속성의 마법도 공격 수단으로 사용하는데, 광학사 때처럼 직접적인 마법의 발현이 아닌 일루전 소드라고 불리는 일종의 마력검을 생성해 응용하는 식이다. 일루전 소드는 수인의 의지에 따라 허공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적을 공격하거나 봉쇄해, 보다 전략적으로 전투에 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른쪽 눈이 탁한 붉은빛이라는 걸 제외한다면 보통의 귀족 자제와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이들은 나크리에마 왕국 근처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역시 붉은보석을 찾아 헤매는 듯 보이는데 가끔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광기를 쏟아내서인지 몰라도 다른 모험가들과는 그리 많이 교류하는 편은 아니다.

근래 나크리에마 왕국을 중심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메이드들은 가사 노동의 도우미가 아닌 전투형 메이드로서 점차 이름을 높여가고 있다. 보통의 메이드처럼 메이드 의상을 입고 청소 도구들을 사용하는 것은 같지만, 집안 내부를 청소하거나 빨래를 하는 대신 무시무시한 괴물들을 쓰러뜨린다는 점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비록 소심하고 순한데다가 덜렁이처럼 자주 넘어지고 실수가 잦은 편이지만, 메이드들은 용감하게 청소 도구를 휘두르며 무시무시한 괴물들을 쓰러뜨린다. 체구와는 어울리지 않게 인간을 능가하는 괴력을 지닌 이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로 눈앞의 적을 더러운 오물인 양 쓸고, 닦고, 소독해 버린다.

이런 모습은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라는 사실 때문에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최근에는 새로운 소문이 퍼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메이드와 공주가 이복자매라는 소문이다. 얼핏 황당한 소문 같지만 현 나크리에마의 국왕이 어지간히 바람둥이라는 점을 보건대 소문의 진실 여부는 쉽게 가려지지 않을 모양이다.

메이드가 공주와 이복 자매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메이드가 폭주했을 때 변신하는 모습을 증거로 댄다. 악마를 연상시키는 뿔과 매혹적인 자태, 그리고 넘실거리는 어둠의 마력은 확실히 메이드가 평범한 인간은 아님을 증명한다.

관능적인 악마의 형상으로 변한 이들은 어둠의 마력을 이용해 지하계와 연결되는 게이트를 열고, 그곳의 재앙을 불러온다. 위력적인데다가 생소한 지하계의 재앙은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흑마술사들은 자신에게 맞서는 적들을 손쉽게 격살한다.

이제는 나크리에마 왕국을 벗어나 프란델 전 지역으로의 모험을 시작한 메이드들의 목표는 다른 모험가들처럼 붉은보석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왜 붉은보석을 찾으려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몇몇 감이 좋은 사람들은 그 이유가 최근 퍼진 공주들과의 관계에 대한 소문과 관련 있을 거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최근 모험가 사이에 가장 많이 회자하는 인물이라면 역시 두 자루의 권총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마총사가 아닐까 싶다.

마총사는 마력 수정을 권총집에 장착해서 권총에 마력을 주입하는데, 강력한 마력탄과 더불어 빠른 몸놀림 그리고 일발필중의 사격 실력으로 적을 쉽게 쓰러트린다.

유쾌하고 자유분방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마총사들이지만, 그 정도가 심하여 제멋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아 회자하는 만큼 인기가 있는 편은 아니다. 몇 모험가가 이들과 함께 모험하기를 원하다가도, 곧 그 성정을 견디지 못해 금방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부분의 마총사가 혼자 행동하는 것도 그 이유지만 정작 본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남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만 같은 마총사에게도 말 못 할 비밀이 있다. 이들은 종종 아무도 없는 곳에서 누군가와 이야기하듯 혼자 중얼거리거나,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 덕분에 마총사에게 또 다른 인격이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가끔 모습을 드러내는 이들은 스스로 연금술사라고 칭하는데 마총사와는 다른 인상을 풍긴다.
이들은 매우 차분하며 고지식하다 못해 고리타분하다는 주변의 증언이 있을 정도다.

연금술사들이 기이할 정도로 뛰어난 연금술을 사용할 수 있는 것엔 숨겨진 이유가 있는데, 바로 이들에겐 흡혈귀의 피가 반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연금술은 원래 일반인들이 다루기 힘든 분야인 만큼 충분한 설명이 된다.

연금술사들의 어깨 부근 오른쪽에는 연금석이, 왼쪽에는 촉매석이 떠있다. 이들은 불, 물, 공기, 흙, 네 원소를 매개체로 사용하여 별도의 수식이나
연성진 없이도 바로 연금술을 발현시킨다. 연금술사의 행색에 방심하던 적들이 순식간에 당하는 것도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마총사와 연금술사의 관계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연금술사의 고리타분한 성격에 반발하여 마총사의 인격이 튀어나왔다는 이야기도 있고 모종의 실험이 실패하여 인격이 분리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마총사와 연금술사 사이에 어떤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상세한 내용을 아는 사람은 없다. 여러 가지 루머 중에서 가장 유력한 설은 연금술사가 마총사의 인격을 옮길 새로운 몸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하던 중 붉은보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에 완전한 자신이 되길 원했던 마총사가 연금술사와 협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선장은 항구 도시 슈트라세라트와 브리지헤드를 거점으로 시민들을 약탈하는 악명 높은 해적들과 달리, 바다를 자유롭게 누비며 역경과 고난에 도전하며 명성을 쌓고 있는 해적단의 리더이다.

값비싼 장신구와 옷으로 치장하고 세력이나 권위를 내세우지 않아도, 해풍에 단련된 단단한 체구와 초장신의 거구에서 나오는 엄청난 힘으로 거대한 닻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닻에 연결된 사슬로 멀리 있는 적까지 휩쓸어버리는 선장의 모습은 적들에게는 악몽을 선사하고, 항구의 뱃사람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이런 선장들은 배란 배는 모조리 좌초되어 난파선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암초 '클리페의 무덤' 지역을 돌파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기에 해상을 주 무대로 삼고 육지로 올라온 적은 거의 없었으나, 어느 시기부터 갑작스레 프란델 대륙 곳곳에서 이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고, 다른 모험가들처럼 붉은 보석을 찾기 위해서라는 설이 지배적이지만 그 이유는 불분명하다.

세간의 소문으로는 언젠가 '클리페의 무덤' 지역을 돌파하던 중 배가 난파되어 바다 아래로 가라앉은 적이 있고, 그곳에서 평범한 힘으로는 저지할 수 없는 무언가를 보게 되어 더 큰 힘을 갈망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이것 역시 그저 소문일 뿐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바다를 넘어 육지로 도달한 선장의 출현으로 프란델 대륙의 판도가 변화할 것이란 점이다.